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안영태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

금속노조와 조합원들은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원한다. 또 일을 하다 다치거나 병들면 돈 걱정 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고 건강해지면 다시 일터로 돌아오기를 원한다. 이것은 노동자의 권리이자 국민의 권리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시대 노동자 건강과 산업재해의 심각성은 너무나 끔직하다.

노동부 자료에도 나타나듯이 일을 하다가 사망하는 노동자가 하루 7명꼴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2천50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전쟁보다도 더 심각하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노동자의 사망이나 사업주에 의해 은폐된 산재사망 등을 고려해보면 실제는 더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된다.

산재보험법, ‘개혁’이 아닌 ‘개악’

산업재해 통계가 이러한 수준이라면 정부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사업장감독을 강화하고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들에 대한 충분한 요양을 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포함한 47개의 법안을 상정하고 2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통령선거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이전투구로 민생문제는 돌보지도 않더니, 하루만에 47개의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밀실야합으로밖에 볼 수 없다.

‘40년만의 개혁’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산재보험법을 대폭 손질한 정부의 개정안은 휴업급여감액지급, 최고 보상기준 감액 등 오히려 산재노동자들에게 생존권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개악된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대선 분위기를 틈타 지난달 27일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도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이의가 있으면 대통령선거 하루 전날까지 의견을 달라고 한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입법예고, “기업규제 완화가 목적”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특정집단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규제 완화를 위한 조항은 있으나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조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노동자에게는 ‘보호구 착용 의무(제2조의 2) 등 준수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재해예방을 위해 시설 및 설비의 안전성 확보해야할 사업주의 안전보건상 조치의무 이행 여부는 문제 삼지 않고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

또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수시 유해요인조사에서 대상범위를 근골격계 산재환자가 발생한 작업공정 등으로 축소하고, 증상조사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을 전체 사업장이 아닌 특정한 공정의 문제로 국한시킴으로서 개별 노동자의 건강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컴퓨터 단말기 및 키보드를 설치하는 책상과 의자는 모두 높낮이 조절기능을 있어야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책상이나 의자 중 1가지만 이 기능을 갖추도록 변경했다.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예방관리프로그램 수립 대상 기준(제148조 1항)’ 등도 사업주의 부담만 덜어주었지 노동자에게는 결코 이로운 조항은 아니다.

산재보험법은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의 안정적 요양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철저한 예방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있어서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법령들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산재노동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고려하고 있다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산재보험법을 전면 개정 하고 감춰진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악 노림수’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