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과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라!
–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위해 투쟁하는 화물운송노동자를 지지하며–

 

화물운송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억울한 계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이 그간 운수회사들이 주는 운임을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시간 규제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과로, 과속, 과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졸음운전과 무리한 운전 등 교통사고 유발원인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또 억울한 시민재해까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다행히 2020년 ‘안전운임제’가 도입되었고 시민사회는 이에 찬사를 보냈다. 너무나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표준운임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논의되어 왔으나 이름이야 어떻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제도이다.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다. 일몰제였다. 올해 일몰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올해 말 안전운임제는 없어지고 안전운임위원회는 사라진다. 다시 운수회사들이 운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퇴행이 시작될 것이다. 과로, 과속, 과적. 이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도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 졸음운전 경험은 안전운임제 시행 전 71%에서 시행 후 53%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전운임제는 분명 노동자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안전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는 중요한 제도이다.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미 뇌·심혈관계질환과 정신질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2020년 정신질환 산재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산업이 운수·창고·통신업이었다). 안전운임제 안정화를 통해 이들 노동자들의 하루 운전시간을 8시간 이하로 낮출 수 있게 유도하지는 못할망정 하루 13시간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작금의 태도를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치솟는 유가와 이에 따른 각종 물가는 현재 살인적인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물가안정화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안전운임제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안전운임제를 없애겠다는 것은 화물운송노동자들을 극빈한 상태로 몰아붙이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42만 명 화물운송노동자 중 안전운임제 적용대상 화물운송노동자는 고작 수만 명에 불과하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도 안전운임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그나마 적용되고 있는 노동자까지 나락에 빠뜨리겠다는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수권정당인 국민의힘과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

아직 짧게나마 시간이 있다. 민생을 돌보고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살펴야 하는 것이 정치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청와대와 국회는 국민 안전과 노동자 안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

2022. 6. 8

화물연대 총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안전보건단체 일동

(건강한노동세상·김용균재단·노동건강연대·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반도체노동자건강과인권지킴이·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