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문가들 “사망-직무 연관성 자세히 밝혀야”
역학조사 전 작업장 청소·환기
한국타이어 산재 은폐 의혹도
최원형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 돌연사가 직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실제 노동환경을 좀더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2월 역학조사 발표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이 △퇴직군보다 현직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에서만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질병 사망이 직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에 어떤 요인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을 더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산업의학)는 “특정 사업장에서 폐혈관 사망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은 이미 규명됐으니, 이젠 실제 작업환경이 어떤지 세세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 쪽이 지난 2월 발표 때 “유해성이 잘 밝혀지지 않은 ‘고무흄’과 미세분진에 대한 분석 역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상철 단국대 교수(산업의학)는 “직무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어 노동자 집단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가 추가 조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동안 일었던 ‘산업재해 은폐’ 의혹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역학조사 때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한 노동자는 “역학조사에 대비해 ‘작업장 청소’ 지시가 있었으며 그 전에는 하지 않던 작업장 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엔 감사원이 “한국타이어 돌연사와 관련해, 대전지방노동청이 ‘노사 자율점검’을 이유로 특별감독을 유보했다가 11월에야 뒤늦게 착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특별감독에서 한국타이어는 1300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지적받았다.
산업재해의 부실한 예방체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집단 돌연사라는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지만, 정작 한국타이어에서 2005년부터 3년 동안 실시한 특수건강검진에선 화학물질에 의한 질병 유소견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현재 산업재해 예방체계는 개별 노동자의 건강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만 이뤄진다”며 “유해물질과 유해요인을 중심으로 전체 작업환경에 대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