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 1년 노동정책 평가 – 산업안전보건
[기획] 산업안전보건정책 근시안적 시야 넓혀야
백도명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집중해 수행한 내용들을 보면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조성이라는 구호 아래, 크게 보면 소규모 영세사업장 안전보건개선 지원(클린3D 사업), 건설업을 비롯한 산업재해 취약부분의 재해예방 강화, 그리고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한 직업병 예방을 위한 작업환경개선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 집중하였다. 지난 1월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2003 하반기 노동정책평가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그 성과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 2003년 동안 재해는 증가했으며, 작업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 적시한 단적인 예로서 지난 2000년 이후 작업환경측정제도를 통해 유해인자 노출기준을 초과한 사업장의 수를 비교하거나 또는 특별히 그 측정이 매우 간단한 소음노출기준 초과사업장 현황을 비교하더라도 기준초과 사업장 수는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다.
한편 2003년도 산업재해 건수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2003년도 하반기에 들어와 7월에는 하반기 산재예방 사업계획, 10월에는 산재감소 종합대책, 그리고 11월에는 연말 산재감소 특별대책 등 대책만을 남발하고 있어 결국 공식적인 산재통계에서도 산재가 증가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 1년 동안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그 정책방향의 구체성이나 활용된 정책수단과 그 최종적인 결과가 전 정부나 지난 시기와 비교할 때 달라진 게 없다. 단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이전의 규제완화조치에 휩쓸려 산업안전보건을 다른 규제와 같이 취급하던 것을 일부나마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추려고 노력했고, 지난 시기와 달리 유해물질의 규제 근거와 입장을 마련하는데 있어 단순히 선진국에서 정리된 법안을 베끼는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검토를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은 앞서 지적한대로 산재와 직업병이라고 하는 문제 해결에 있어 그 효과가 없다. 이는 주로 노동부 자체가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전혀 달라진 면모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산재와 직업병의 크기나 중요성에 대한 파악에 있어 다양한 자료들을 근거로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여론에서 이슈화된 것들만을 노동부 정책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슈화된 근골격계 질환에 국한해 보더라도 실제 우리 사회에서 근골격계 질환의 문제는 농업, 그리고 자영업이나 사무직의 여성 노동자들에서 더욱 심한 형태로 그리고 더욱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노동부의 문제인식과 대처는 대기업 남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만을 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산재의 크기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에서 지난 15년 동안 일반인들의 사망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은 무시하고, 단기간 동안의 산재사망의 부침에 따라서만 그 정책성과의 판단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과 산업재해율의 변화를 우리 사회 교통사고나 다른 일반 재해의 경우와 비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좁은 시야를 통해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 노동부는 우리나라 전체 사망에서 산재로 인한 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이나, 직업병의 비중 등과 같이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문제점의 의미를 놓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과거에 시행하였던 정책과 전혀 변하지 않는 것들만을 답습하여 지난 1년 동안에도 계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산재와 직업병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러한 원인들 중에서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개입해야 할 대상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또는 원인들로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인식 수준이 지적되어야 한다. 특히 중소사업장의 산재문제를 단순히 사업장에서 자체적인 안전보건투자를 하지 않는 것에 돌리거나,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진단과 같은 서비스만을 직접 제공하는 것에서 문제해결을 도모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직접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안일한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조속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및 도급관계, 사업주에게 일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노사관계를 우선적으로 산업안전보건정책에서 다루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시행에 있어 산재발생에 따라 그 사후처리를 위한 책임을 단순히 지우는 것만이 아니라 그 복층적인 구조를 조사하여 예방지점을 파악하는 사업이 현재의 노동부 사업 이외로 독자적으로 수행되어야만 한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paekdm@snu.ac.kr
ⓒ매일노동뉴스 2004.02.25 10: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