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통계 제대로 생산해야 한다
통계는 사회현상을 계량화한 정보이다. 따라서 현실에 근접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즉 정확성이 통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가통계는 정부의 각종 의사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성이 결여된 통계는 현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해 잘못된 정책대응을 하게 만든다. 이런 점 때문에 정확성이 결여된 통계는 오히려 없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동통계는 노동시장이나 노사
관계의 구조 및 변화를 수치화된 정보로 제공함으로써 정부 노동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우리나라 국가통계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정확성의 결여가 지적되고 있는데, 노동통계 또한 노동시장·노사관계의 구조 및 변화에 대한 실태파악에 있어서 통계적 정확성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의 대표적 실례가 논란이 많은 산재통계이다.
노동부는 2004년 산업재해율(산재보험의 요양승인 및 유족급여 승인을 받은 근로자수÷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수)이 0.85%로 2001년 0.77%, 2002년 0.77%, 2003년 0.9%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현재의 산재통계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자료에 기초해 산업재해율이 작성되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대상자만 산업재해 통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 건설현장의 일용노동자, 상시노동자 5인 미만의 농업·임업·수산업 노동자, 학습지교사·골프장경기보조원·레미콘운전수 등의 특수고용노동자 등이 산재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한 타 보험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 직업군인, 교직원도 이 통계에서 제외된다. 이들은 2002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제외되는 산재통계는 산업안전보건정책의 기초가 되는 대표적 통계로 신뢰성이 떨어진다.
또한 노동부에 따르면 2000년 기준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0.73%로 미국(2.50%)이나 영국(0.67%)보다 훨씬 낮거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재해 사망율)은 한국이 1.49%로 미국(0.36%)과 영국(0.07%)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보다 4배나 많은데도 산재율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영국보다 사망자가 21배가 많았는데도 산재율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망 등 중대재해의 경우 은폐가 힘들기 때문에 그대로 보고되고 있는 반면, 사망자가 없는 재해의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해 상당수가 은폐나 공상 처리 등을 통해 공식 신고되지 않아 통계에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방적 통계인 재해율이 보상자료인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자료에 전적으로 근거하다보니, 많은 수의 산업재해가 드러나지 않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실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그 동안 잘못된 산업재해 통계에 근거하여 안전보건정책을 시행해 왔고, 잘못된 목표설정과 잘못된 평가를 반복해 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통계가 노동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정부의 노동정책이 현실에 기초해 목표가 설정되고 집행될 것이다. 따라서 통계생산자인 정부는 현재의 산재보험자료와 더불어 표본조사, 사업주 보고자료의 활용을 통해 산재통계를 개선하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노동통계를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편, 통계를 고의로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통계의 성격이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사용할 때 결과적으로 통계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통계를 생산하는 정부기관은 특정 통계가 갖는 특성과 한계 등을 명확히 밝히고 제한적으로 통계를 해석해야 한다.
통계소비자인 노동조합은 노동통계의 생산과정에 관심을 갖고 통계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동통계에 대한 지속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통계조사기구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통계생산과정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통계조사를 실시하거나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종종 국가수준에서 정치적 개입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사용하고자 하는 특정 통계의 특성 및 한계와 같은 통계자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함으로써 유용한 통계를 식별해 올바르게 해석하는 통계 활용능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