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0일, 현대제철 당진현장에서 하청노동자 5분이 사망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아르곤가스 질식으로 한꺼번에 일어난 사고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 산소측정기만 가지고 있었어도,
어느 누구 하나 아르곤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주의만 기울이고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역시나 예견된 사고 입니다. 기본적 안전장비조차도 지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대기업이 그러하듯 노동자들이 사망한지 4시간이 지나서 노동부의 확인전화로
사망사실이 외부로 알려졌고,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그 기본적인 대응조차도 안했습니다. 사고가 너무 많이 터져 이제는 당연히 신고해야 한다고 국민들조차 알고 있는데 말이죠.
다른 기업들처럼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주변환경을 정리하려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제철에선 빠르게 사과 성명을 냈고, 언론들은 하나같이 그 내용을 받아적어 속보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왜 시운전을 하기 전에 아르곤 가스를 주입하게 됐는지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이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일에 임했을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언행입니다. 이렇게 큰 사고가 한번에 발생했는데도 그저 책임 전가에만 몰두하는 현대제철의 사고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되돌아보면 이미 현대제철은 작년부터 무리한 공사로 건설하청노동자들을 계속 죽음으로 내몰고 있던
기업입니다.
(관련 내용 자세히 보기 : http://laborhealth.or.kr/31555 )
* 특히 주목할 점
1. 작업 공간은 밀폐공간인데, 그 곳에 아르곤 가스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렸는지?
그곳에서 작업을 한 노동자들은 내화전문 노동자들 입니다. 당연히 이분들은 아르곤 가스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곤 가스가 산소보다 무겁고,
질식사 할 수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일을 시킨 것은,
그 가스가 어떻게 누출되었는지 경위 여부를 떠나, 죽음을 방조한 행위입니다.
실제 용광로에선 아르곤가스가 쓰이기 때문에, 현대제철에선 아르곤가스의 존재나, 사용, 위험여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니까요. 사실, 가장 안전하게는 경보장치를 작업시간동안 운영했어야
했습니다. 누출 경위를 밝히는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밀폐공간들이 현대제철 안에 들어차 있을테니까요.
2. 아르곤가스는 무독성이다? 살인가스!
유족의 가슴을 칠 회사의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특히 ‘무독성’인 가스에 사람이 5명이나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밀폐된 공간에서 아르곤가스는 사람을 죽입니다. 그런 가스에 ‘무독성’이라는 말을 자꾸 쓰는 것은,
단순하게 이번 사건을 떠나 앞으로 아르곤가스를 다뤄야 할 수많은 노동자들의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범죄행위입니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적는 언론 또한 반성해야 할 지점입니다.
무독성이라 지칭되는 질소, 프레온 가스 등도 대부분 일상생활이 아닌 밀폐된 작업현장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화학물질입니다. 실제 이마트에서 4명이 질식사 한 사건에선 프레온가스 질식이었으나, 그 때도 프레온가스가 무독성임을 알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람 죽이는 무독성도 있나요?
3. 노동부는 압수수색을 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현대제철은 자료를 정비합니다. 조금이라도 벌금을 적게 받기 위한 방법들이 총 동원되겠지요. 담당자를 구속하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다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이 진행되어 왔는지를 단단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4. 기업살인법 제정 이래도 안되나요?
얼마전 유해물질관리법이 국회에서 너덜너덜하게 통과되었습니다. 경총과 대기업의 항의 덕분이었죠.
아무리 국민이 죽어가도, 처벌하나 제대로 못하는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제발 안전하자고 법하나 만들기조차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도 계속 죽습니다. 너덜해진 유해물질 관리법으로는 안됩니다.
포괄적으로 안전관리에 총 책임을 지고 더이상 죽지않게, 기업살인법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기업살인법 더 자세히 보기 : http://old.laborhealth.or.kr/corporate_killing)
현대제철은
세계 철강산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의 미래는 없애고, 특히 하청노동자들의 미래는 더더욱 짓밟고 빼앗아 없애는 살인기업입니다.
최근 남양유업, CJ대한통운 파업에서 보듯 갑의 횡포와 폭력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큰 현실에
노동자의 산재문제도 예외가 아님을 곧바로 알려주는 현대제철입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관련기사 링크
1. [논평] 안전사고 온상 현대제철…산업재해 근본적 방지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한다
http://www.justice21.org/15748
2.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3/05/10/0302000000AKR20130510092651063.HTML
3. ‘살인가스’에 현대제철서 5명 사망… 희생자는 또 ‘하청’
새벽까지 일하다 질식사… “안전 장구 미지급이 부른 참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30510112749
4. 현대제철 사망사고, 처음아니야
http://www.redian.org/archive/54740
5. 현대제철 사고, 아르곤밸브 연결한 채 작업 ‘논란’
http://www.yonhapnews.co.kr/local/2013/05/10/0807000000AKR20130510094600003.HTML
6. 당진 현대제철,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http://www.yonhapnews.co.kr/local/2013/05/10/0807000000AKR20130510105100063.HTML
7. [성명]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 현대제철 및 한국내화 기업주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