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석유공장 화재’ 불안한 울산 주민들
올들어 5곳 사고…유독물질 누출도
연말까지 사업장 78곳 안전점검키로

2009-09-14

올해 들어 대형 석유화학공장이 밀집돼 있는 울산에서 크고 작은 폭발·화재·환경오염사고가 잇따라 공장 근처 주민들과 노동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노동부 울산지청은 14일 “올해 들어 대규모 석유화학공장 5곳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3시53분께 한국석유공사 울산건설출장소에서는 노동자 7명이 지하 원유 저장탱크와 기존 배관 사이에 새로운 배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배관을 잘라내다가 폭발이 일어나 화상을 입었다. 이들 가운데 전신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아오던 류아무개(50)씨는 사고 8일 만인 10일 숨졌다.

에스케이에너지 울산공장에서는 한 달여 사이에 두 번이나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 11일 옛 에스케이유화 울산공장에서 초산(아세트산) 찌꺼기 2t 가량이 누출됐다. 이날 사고는 폴리에스테르와 필름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료 이송 배관이 파손돼 배관 안에 있던 초산 찌꺼기가 밖으로 나오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울산 신항만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30여 명이 바람을 타고 날아온 초산 기체를 마신 뒤 호흡 곤란과 구토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7월3일에는 이 회사 중질유분해공장 경유 생산공정의 가동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공장 굴뚝을 통해 30~50m의 불꽃과 함께 검은 연기가 분출돼 근처 주민들과 노동자들이 놀라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2월에는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생산공장에서 불이 나 고무를 건조하는 컨베이어 벨트와 고무 찌꺼기 등이 타면서 검은 연기가 심하게 피어 올라 소방차 40여 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7월에는 태광산업 석유화학 2공장의 변압기가 번개에 맞아 정전이 되면서 굴뚝에서 검은 불길과 연기가 치솟아 공장이 10시간 동안 중단됐다.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 열병합발전소 탈황탑(황을 줄이는 시설)에서는 두 차례 사고가 일어났다. 3월 높이 70m의 탈황탑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불씨가 인화성 물질에 옮겨 붙어 시커먼 연기와 함께 1시간여 동안 불이 났다. 이어 지난달 20일 같은 탈황탑에서 불이 나 탑 50여m를 태우고 40여 분 만에 꺼졌다.

울산시는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7일부터 12월까지 유독물을 연간 5000t 이상 제조 또는 사용하거나 200t 이상 보관 또는 저장하는 사업장 78곳을 대상으로 55개 항목을 점검해 문제가 있는 사업장은 안전 진단과 개선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